1.민속놀이란
민속놀이(民俗演戱)라 함은 민족집단원의 정서를 자극해 대중적 흥취를 돋우고, 공동감흥 속에서 다소나마 짜임새 있는 구조적 행동을 공동으로
경험하도록 하는 상황 조성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조성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연극을 비롯하여 연중행사놀이, 종교의례, 민족 집단적
기념행사, 지배자 내지 지배층을 위한 축제 행사와 산발적으로 행해지는 특수놀이 등인데, 이런 것들은 모두 다 민족집단의 문화의 전통적 양식과 규범에
따라서 행해지게 된다. 이러한 각종의 민속놀이는 각 민족 간에 동종의 것이 발견된다고 하여도 그것은 규모와 내용과 기능을 각각 달리하는 수가 많다.
민족집단이 있는 지리적 조건, 기상적 조건, 생산물의 종류와 생산량의 풍핍(豊乏), 생산수단의 발전단계, 인접 민족과의 교류 정도 등의 여러
요인에 따라 문화의 구조와 양상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민속놀이는 의의를 달리하게 된다. 그 예로 종교의례를 들어 보면, 전지전능한 영적
존재에 전적으로 귀의하기 위하여 행사하는 민족이 있는가 하면, 마오리족처럼 조상의 위덕을 찬양하고 원주지에의 향수를 달래기 위하여 식을 행하는
경우도 있다. 그중 연극으로 들 수 있는 것은 가면극·인형극·그림자놀이·신사극(神事劇)·생활모사극 등이 있고, 연중행사 놀이로는 계절에 따라 특정 시일에
행하여지는 각종의 오락적 놀이가 있으며 종교의례로는 의례의 행사 절차와 이에 따르는 여흥행사 및 각종의 오락적 놀이가 있다. 또 생업에 관련되는
것으로서는 수렵 전후의 행사, 어로(漁撈)작업 전후의 행사, 목축 행사, 농경예축(農耕豫祝) 행사, 수확 축제 등이 있고 민족집단의 안전을 위하여
모의전(模擬戰) 행사, 출전예축(出戰豫祝), 전승제(戰勝祭), 특별기도회, 조상과 민족 영웅을 추모하는 행사 등이 있으며, 산발적으로 행해지는 것으로는
가요, 무용, 활쏘기, 창검놀이, 기술(奇術), 곡예, 동물(코끼리·원숭이·코브라·학·여치·귀뚜라미)을 음악에 맞추어 여러 가지 재주를 피우게 하는 것 등이 있다.
이처럼 민속놀이를 분석해 보면, 노래·춤·장단·선율·몸짓·표정·악기·도구·채색·가장·의상·장소·시계(時季)·시간·참가인원 등의 요인이 추출된다. 이러한
여러 요인을 어떻게 안배하고 어떠한 라이트 모티프(leit motif)로 유도케 하느냐에 따라서 여러 가지 색다른 민속놀이가 조직되고 동종의 것이라 하여도
민족집단 간에 특유의 민속놀이가 꾸며지게 된다.
2. 한국의 민속놀이
한국의 민속놀이로는 한민족이 전승하고 있는 민속놀이를 살펴보면 탈놀이, 꼭두각시놀이, 농악, 곡예, 각종 연중행사 놀이, 무당굿, 부락제(部落祭) 민속무용
등이 이 범주에 해당될 것이라고 본다. 위에 열거한 민속놀이들은 오늘날에도 연행(演行)되기 때문에 관람하고 감상할 수 있는데, 문헌에 기록된
5기(五伎)라든가, 팔관회·황창무·무애무·처용무·탁무(鐸舞)·농주지회(弄珠之戱) 및 고려시대의 연등회, 동해안 지역에 널리 퍼져 있는 사자춤, 선천(宣川)의
항장무 등은 오늘날 아무 곳에서도 볼 수 없게 되었다. 문헌에 기록된 여러 가지 민속놀이가 민속적인지, 또는 특수계층의 놀이였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 수 없다. 왜냐하면 그 기록이 너무나도 조잡하여 그런 놀이의 내용과 구성을 짐작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남녀군취가무(男女群聚歌舞)'
라든가 '가무백희(歌舞百戱)' 등의 단편적 술어가 보이고 좀 상세한 기록이라는 것도 놀이를 관람한 뒤 인상적인 장면과 사실을 한시(漢詩)로 읊은 것 정도이
다. 따라서 몇몇 연구자가 이 분야에 대한 연구에 손을 대고 정력적으로 노력했지만 그들의 노력으로 알려진 놀이의 내용과 구성과 기능은 아직도 지극히
미흡한 상태다. 예컨대 민속놀이가 외국에서 전래되었으리란 추정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헌에 기록된 놀이는 오늘날
대부분이 인멸된 상태로 그 명칭이 바뀌었거나 기능을 달리해서 나타났든지, 또는 내용을 변개(變改)해서든지, 그 단편적인 모습이 현행의 놀이 속에서
전승되고 있으리란 점은 짐작할 수 있다. 농악은 꽹과리·징·장구·북·소고(小鼓) 등의 타악기를 비직업적인 농민들이 합주(合奏)하여 연행되는 놀이다. 농악의
가락과 장단, 연행되는 종목과 순서는 지역에 따라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구군대(舊軍隊)의 조련(調練) 놀이, 상쇠 놀이, 장구놀이, 법고놀이, 12발
상모돌리기, 연풍대(燕風臺) 춤, 촌극(寸劇) 등은 농악의 정식 놀이 내용이고 이에 농경 제작업의 모의(模擬)를 곁들인 지방도 있다. 상기한 것을 줄여서
농어업에 있어서 사기를 높이는 데 이용하기도 하고, 지신밟기라는 신앙적 행사에 곁들이기도 하고, 연중행사 놀이, 부락제의 여흥에도 사용하여 흥취의
효과를 높인다. 이러한 농악을 직업화하여 다른 민속놀이의 몇 가지와 합쳐서 놀이하는 사당패의 놀이도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탈놀이와 꼭두각시놀이를 보면, 이 두 가지의 민속놀이가 가장 짜임새가 있는 민속놀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승려들의 유야랑적(遊冶郞的)
생활의 단면과 수도승이 미색에 미혹되어 가는 과정, 신분이나 문벌로 허세를 부리는 양반이 간지(奸智)스러운 하인에게 조롱당하는 내용, 첩의 개입으로
가정에 불화를 초래하는 가정생활 등이 많이 취급되고 있다. 또 등장인물인 가면과 인형은 기발하고 이들은 음악 반주에 따라 춤·노래·몸짓·재담을 엮어
나간다. 이들 민속놀이에는 또 일정한 주제를 정해 이를 일정하게 전개하는 것이 아니고 이질적인 주제를 연결하여 과장·축소의 몸짓, 결말·욕 등을
곁들인다. 여기에 동원되는 요설적(饒舌的) 대화를 관중의 소학적(笑謔的) 흥취를 돋운다. 그러나 춤만은 소학적인 요소가 없이 높은 예술성을 가진
것으로 추어진다. 연중 행사놀이는 개괄하기가 힘들 정도로 그 놀이의 종류가 다양하다. 여기에는 부락민의 거의 전부가 참가할 만큼 대규모적인 놀이도
많은데 대부분이 정월 14∼15일 밤에 연행된다. 이 놀이는 부락의 안전과 농사의 풍작(豊作)을 위해서 연행된 것이다. 연중 행사놀이는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것도 있고 어느 지역에 고유한 것도 있다. 한편 무당굿 중 큰굿은 가무악(歌舞樂)과 재담(才談)·덕담(德談)·촌극 등으로 엮어진 종교적 의례이다.
그러나 여기서 종교적 의의만 빼면 근대에 와서 나타난 뮤지컬과 같은 양상을 띠게 된다. 무당굿은 무당에 의해 연행되는 것으로 3일 내지 5일간 주야로
계속된다. 가요에는 민요와 잡가(雜歌)와 판소리가 있고 무용은 구성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다른 놀이에 비해 적다고 하겠다. 가요나 무용은 보통 다른
놀이에 곁들여서 연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상 말한 탈놀이, 꼭두각시놀이, 무당굿, 가요, 무용 등등은 고도의 연행 기술을 요구하므로 이들을 연행하기
위해서는 다년간의 전문적인 수련이 필요하다. 이에 반해 연중행사 놀이는 특별한 기능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민중적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댓글